마음은 오직 한 곳에만 쏟아야 한다.
지렁이에게는 손톱이라든가 어금니와 같은 날카로운 도구로, 또 단단한 힘살과 뼈가 없어도 언제나
땅속에서 진흙을 먹고 지하수를 마시며 산다. 그것은 오로지 마음을 한 군데에 쏟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게는 여덟개의 발과 두 개의 집개 등 많은 도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제 힘으로 구멍을 팔 수 없어
뱀이나 이와 비슷한 두렁허리의 구멍을 빌리지 않으면 몸을 의지할 데가 없다. 그 이유는 게의 성질이 어느
한 가지 일에 마음을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바스대는 버릇 때문이다. 그러므로 말없이 오직 한 갖 일에만
마음을 쏟는 깊은 뜻이 없는 사람은 빛나는 이름을 드러낼 수가 없고, 남이 모르는 가운데에서도 정성껏
일하지 않는 사람은 혁혁한 공을 이룰 수가 없다. 두 길을 동시에 걸어가려고 하는 사람은 결국 어느 한 길도
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고, 두 임금을 섬기는 사람은 어느 임금에게서도 신임을 받을 수 없다. 사람의 눈과
귀는 각각 둘씩 이지마는 두 가지 사물을 동시에 똑똑하게 보고 들을 수는 없다. 오직 한 가지씩을 보고 듣음으로써
그 눈과 귀는 밝을 수 있는 것이다. 구름을 일으키며 운무 속에서 노닌다는 용을 닮은 등사라는 뱀은 발이 없어도
잘만 날을 수 있는데, 날다람쥐란 놈은 다섯 가지 재주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실지로 일에 부닥치면 곧잘 곤경에
빠지곤 한다. 시경에 이런 말이 있다. [뻐꾹새 뽕나무에 새끼 일곱 두었네. 알뜰한 두 부부 기르는 법 한결같네.
한결같은 그 모습 마음조차 변함없네.] 이래서 군자라면 누구나 마음을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쏟아 그밖에 것을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안으로 쌓은 덕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겉으로 드러난다.
아주 오랜 옛날, 비파의 명인이었던 호파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비파를 뜯으면 물속에 깊이 잠겼던
물고기마저 물 위로 떠 올라 그 소리를 들었다 하고, 또 거문고의 명인이었던 백아라는 사람이 거문고를 탔을
때는 말도 흥겨워 먹이를 씹으며 목을 늘여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소리란 아무리 작아도 들리지 않는
것이 없고, 인간의 행위란 아무리 미미한 것이라 해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것이 없다. 보석이 묻혀있는 산에는
그 산에 자라는 초목마저 윤기가 흘러 보이고, 진주가 잠겨 있는 못에는 언덕에 까지 물이 마르지를 않는다.
말없이 선행을 쌓아 끝까지 노력해 보라. 어찌 그 아름다운 덕광이 세상에 들어나지 않을 리 있겠는가.
그 이름은 세상에 빛나고야 말으리니.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광과 치욕, 성공에 대하여 (0) | 2021.09.09 |
---|---|
학문의 힘 (0) | 2021.09.01 |
학문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0) | 2021.08.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