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부

학문의 힘

by  ¸ 2021. 9. 1.
반응형

학문의 힘

언젠가 나는 혼자서 종일토록 사색에 잠긴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아무 소용없는 일이었다.

결국 잠깐 동안이었지만 학문에 힘쓰는 것만 다 못하였던 것이다. 또 언젠가는 뒤축을 들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멀리 그리고 드넓게 보이는 데는 높은 곳에 올라서 보는 것만은 못하였다.

높은 곳에 올라서 손을 흔들면 그런다고 팔이 길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곳이기 때문에 먼 데서도

잘 볼 수가 있다. 바람 부는 쪽으로 소리 내어 불러보면 소리가 더 빨리 가는 것은 아니지만 바람의 힘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먼 곳에서도 똑똑하게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수레와 말을 빌려 이용하는 사람은 그

때문에 그 사람의 발이 가벼워질리야 없지만 천리나 먼 길을 거뜬히 가 닿을 수 있다. 배와 돛대도 마찬가지,

이것을 이용한다고 몸이 물 위에 둥실 떠 헤엄질을 잘 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도구를 빌렸기 때문에

양자강이나 황하와 같은 큰 물을 쉽게 건널 수가 있는 것이다. 군자라고 날적부터 보통 사람과 다른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다만 학문이라는 외물의 힘을 빌려 잘 이용하였기 때문에 그토록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학문을 할 때는 본인이 설 자리가 확고해야 하고, 사람을 사귀는데 조심하자

남녘에 뱁새라는 새가 있다. 이 새는 깃과 터럭을 모아 머리카락이나 말총 같은 것으로 엮어 묘하게 집을

만들어서는 갈대 이삭 끄트머리에다 매어 둔다. 그러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면 갈대 이삭이 끊어지면서 알이 깨어져 새끼가 죽어버린다. 뱁새가 겪는 이런 참변은 집을 허술하게 지은 것이기 때문이다. 집은 탄탄하게 지었다면

메어둔 자리 곧 갈대 이삭이 그러한 결과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또 서쪽에 사간이라는 약초가 있는데, 줄기

길이라야 겨우 네 치 밖에 안 되는 것이 높은 산꼭대기에 뿌리를 박은 데다가 백길 낭떠러지 밑 깊은 연못을

눈앞에 두고 있어 그 사간의 모습이 웬만큼 먼 곳에서도 눈에 잘 띌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간의 줄기가

그만큼 길어서 멀리 까지 드러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서 있는 자리가 높다고 하는 장점이 그것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옆으로 벌며 자라는 다북쑥도 빽빽한 삼밭 속에 끼어 나면 막대를 세워주지 않아도 쪽 곧게 자란다.

또 아무리 하얀 모래도 진흙 속에 섞어 두면 본래의 모습은 없어지고 똑같이 검게 되어 버린다. 난괴라는 향초의

뿌리는 훌륭한 향료가 되는 것이지만 이것을 혹 썩은 쌀뜨물에 담가 두면 군자로 더럽다 가까이 않고 일반 사람들도

몸에 부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결코 그 향료의 본바탕이 나빠서가 아니다. 바로 썩은 물 그 자체가 아름다운 

향료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몸 담아 살 곳을 신중하게 가리고 벗을 사귀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배울 점이 많은 훌륭한 사람을 따른다. 행여나 자신이 사악한 데로 흐르지 아니할까 미연에 방지하며 한걸음

한걸음 올바른 길을 향하여 걸어가기 위하여서다.

반응형

'공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과 덕  (0) 2021.09.10
영광과 치욕, 성공에 대하여  (0) 2021.09.09
학문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0) 2021.08.31

댓글